버라드의 행위실재론: 수행성에서 내부작용으로

홍찬숙
Notes

📝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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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버라드는 구성주의의 ‘상호작용(interaction)’ 개념을 ‘내부작용(intra-action)’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보았다. 앞서 보았듯이 ‘내부작용’은 상호 정체성 및 그 경계를 상실한 상태에서 서로 구별 불가능하게 얽혀서 행위를 교환하는 과정인데, ‘상호작용’은 고정된 단위 개체들, 즉 서로의 정체성을 보존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행위의 교환 과정이기 때문이다. 버라드의 물리학적 설명을 버틀러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적용한다면, 개인의 성 정체성(=개념)만 사회적으로 유동적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물학적 성 자체도 애초에 다른 물질과의 얽힘 속에서 절단된 ‘사건’이자, 그 사건들의 반복적 발생이다. 즉 성 정체성이 사회적 수행성의 결과라면, 생물학적 성은 물리적 수행성의 결과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확정된 시공간적 위치에서 일정한 속성(=본질)을 가진 물체’라고 생각하는 사물은 파동 상태의 물질이 특정한 얽힘 속에서 절단된(cut), 또는 실현된(enacted), 물질화(mattering)의 형태일 뿐이다. 즉 물질화란 시공간의 구성과 그 속에서의 위치 설정 및 속성의 부여를 말한다. 이렇게 보면 물질의 세계는 이중성에 기초한다. 유동적인 행위의 세계와 그로부터 발생한 사건들의 세계로 나뉜다. 우리가 근대 과학으로 인지했던 세계는 사건들의 세계인데, 현대과학은 양자역학 덕분에 그 사건들 배후에서 행동하는 실재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즉 끊임없이 운동 중인 파동의 세계가, 그 사건들(=현상)의 바탕을 이루는 실재임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