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의 역설’이라는 사이비 역설에 관하여

Notes

📝 내용 발췌
.
.
.
따라서 ‘노이즈의 역설’은 노이즈가 ‘비-음악적 소리’라는 대상과 전적으로 동일하다는 단언을 대전제로 삼고 있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정말로 노이즈가 비-음악적 소리라는 대상과 전적으로 동일하려면, 앞에서 언급했듯 노이즈라는 유형에 해당하는 모든 개별항이 비-음악적 소리여야만 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거짓이다. 우리는 실제로 노이즈 음악에서의 노이즈라는 대상의 실재를 마주하기 때문이다. 노이즈 음악 속에서 노이즈는 분명히 음악적 소리로서 존재한다. 아직 그 진리값이 검증되지 않은 “모든 노이즈는 비-음악적 소리이다.”라는 전제는 뒤로한 채, 우리에게 주어진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우리는 노이즈가 적어도 특정한 음악(=노이즈 음악)에서는 그것을 구성하는 주재료로써 활용되고 있는 사태를 목도한다. 즉, 노이즈 음악에서 노이즈는 음악적 소리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경험적 참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노이즈는 비-음악적 소리이다.”라는 전칭 명제는 참이 아니라 거짓이다. 왜냐하면, 노이즈가 음악적 소리로서 존재하는 경우가 적어도 하나 이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이즈가 역설적이라고 주장하는 ‘노이즈의 역설’ 그 자체야말로 모순에 빠지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