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의 감각을 재현하는’ 음악으로서의 하이퍼팝

📝 내용 발췌

이처럼 PC 뮤직 소속의 음악가들 그리고 그들과 친연성을 갖는 음악가들이 들려주는 음악을 분류하기 위해 고안된 세 가지 대표적인 장르명이 존재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이 세 표찰 모두 우리가 염두에 둔 음악-유형의 개항(token)들을 잘 포섭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 글은 해당 음악가들의 음악을 유의미하게 포섭할 수 있는 표찰을 모색하고, 그 표찰이 어떤 근거로 유의미한 표찰인지를 검토해보고자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단순하게 음악의 발생과 관련된 인과적 연쇄를 드러낼 뿐인 “PC 뮤직”이라는 표찰과, 해당 음악들의 가장 두드러진 소리적 특징만을 환기하며 순환적인 정의를 제시할 뿐인 버블검 베이스라는 기존의 두 표찰과는 달리, 하이퍼팝은 그 표찰에 속할 수 있는 음악들이 청자에게 지각되는 과정(혹은 메커니즘)의 특징을 잘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표찰임을 주장하고자 한다.

따라서, 가장 먼저 이 글은 앞서 언급한 (레딧의) 하이퍼팝의 명시적인 정의를 따르지 않고 하이퍼팝이라는 표찰을 다른 의미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하이퍼팝이라는 표현의 축자적(literal) 의미를 검토한 후, 이 축자적 의미로부터 하이퍼팝의 가능한 의미 후보들을 몇 가지 살펴보며 적절하지 않은 후보들을 소거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하이퍼팝이라는 표찰에 귀속될 수 있는 정의를 정식화한 다음, 해당 정의를 따르는 하이퍼팝이 재현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는 인간 지각의 메커니즘을 간략히 설명해 볼 것이다. 더 나아가, 그러한 지각 메커니즘을 언급했던 음악들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재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하이퍼팝이라는 표찰이 해당 음악들을 유의미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주장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하이퍼팝이라는 표찰이 영미권의 특정한 조류에 속하는 음악만이 아니라 해당 지각 메커니즘을 재현하는 듯한 음악을 모두 포섭할 수 있는 (장르라기보다는) 음악의 특정한 양태를 가리키는 일종의 분류어(sortal)로서 유의미하다고 논증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