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와 ‘여성-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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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Added15 March 2024, 21:03
📝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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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가타리와 더불어 들뢰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성-되기를 포함하여 모든 되기들이 이미 분자적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되기들은 여성-되기와 함께 시작하고 여성-되기를 경유한다고 말해야만 한다. 여성-되기는 다른 되기들의 열쇠”10이다. 이렇듯, 여성-되기란 서구 사유를 지탱해온 동일한 정체성으로의 인간이라는 신화에서 비껴 나와서, “되는(becoming)” 것일 테다. 여성-되기는 비인간이자 비남성으로서의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모방하거나 그러한 여성의 정체성을 행하기와는 다르다.
아마도 여성-되기가 여성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다음일 것이다. 여성-되기는 남성이 재현한 지각으로 구성된 피상적이고 추상적인 신체 개념에서 벗어나, 복수적 흐름들이자 변화하는 힘들인 신체를 생산한다. 이러한 신체는 관념과 물질을 이분법적으로 구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물질을 제안한다. 여성-되기는 여성의 신체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욕망과 복합적인 차이들을 긍정한다. 차이의 긍정은 남근 중심주의와 통일적인 유기체로 조직될 수 없는 신체가 지닌 역량을 섹슈얼리티로 제시한다. 섹슈얼리티는 남녀 양성만을 설정하는 이원적인 것이 아니라 다원적이며 복수적인 것이다. 이러한 섹슈얼리티는 결핍에 의해 작동되지 않을 뿐더러 차이를 생성하는 역동적인 생명의 힘이다. 이러하듯, 여성-되기의 섹슈얼리티는 남근 로고스 중심주의에 의해 재현될 수 없는 ‘다양한 욕망들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여성-되기는 대문자 인간을 지탱하는 전제에서 벗어나 섹슈얼리티와 욕망을 탐구하며 근대 주체의 형상과 이분법을 넘어선, 신체의 물질성으로부터 여성의 신체를 생산한다. 여성-되기는 대문자 인간의 계보에서 ‘여성’이 제외되고 무시되었다는 사실에 더 이상 개의치 않는다. 결핍에서 비롯된 욕망에 관심 없다. 그러한 욕망은 정말 보잘 것 없는 욕망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