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미술이 미디어아트를 배치하는 법

황재민
Notes

📝 내용 발췌

미디어아트의 역사와 깊은 관계를 지닌 기획자이자 비평가, 도메니코 콰란타(Domenico Quaranta)는 해당 형식이 얼마나 혼란한 기반을 갖고 있는지 설명한다. 누군가의 연대기 속에서 미디어아트는 대중매체나 새로운 기술을 예술의 영역으로 적극 끌어들였던 역사적 아방가르드의 후손이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의 해석에서 미디어아트는 컴퓨터의 소형화와 인터넷의 발명 등 1980~90년대의 기술적 사건과 함께 발생한 별종이다. 미디어아트는 미디어아트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뉴미디어아트’였으며, 때로는 ‘디지털아트’에 해당한다. 탄생 설화가 합의되지 않은 역사와 문제 설정은 ‘미디어아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공동의 지평을 구성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 하나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동시대 미술이론, 혹은 비평의 대응이다. 첫 번째 대응. 미술이론은 이 범주 앞에서 침묵하기로 결정한다. 『1900년 이후의 미술사』(2016)와 같은 저작에서 미디어아트를 다루는 챕터가 없다는 점은 이 사실을 직접적으로 가리킨다. 이와 같은 침묵으로 인해 미디어아트는 (말하자면) 주류 동시대 미술로부터 인정을 얻기 위해 투쟁해야 했다. 그렇지만 더욱 흥미로운 것은 두 번째 대응이다. 두 번째 대응은 질문을 뒤바꾸는 것이었다. ‘미디어아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뒤집어서는, ‘미디어아트는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