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그로이스, 「인터넷상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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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발췌

그로이스에 따르면, 인터넷은 오프라인 현실에 참조점을 지닌 비허구적인(nonfictional) 특성에 대한 전제 하에서 기능한다. 인터넷은 정보의 매체(medium)이지만, 이 정보의 대상은 인터넷 외부, 즉 오프라인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넷상에서는 예술이 군사 계획, 관광 산업, 자본의 흐름과 같은 비허구적인 일들과 같은 장소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간다. 또한, 그로이스는 인터넷상의 예술은 이전과는 달리 고정적이고 제도적인 프레이밍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강조한다. 대신, 인터넷 사용자는 그들의 컴퓨터 혹은 휴대폰의 표면 위를 클릭하여 그들 각자의 프레임을 만든다. 이제 사용자는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이 명백한 프레이밍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설령 작품이 허구를 지시하더라도 이전처럼 여기에 몰두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그로이스는 인터넷상에서 저자(author)의 허구적 텍스트[예술작품]가 실제 인물로서 작가의 정보에 통합된다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예술의 물질적인 측면을 드러내고자 했던 아방가르드의 충동이 이제 인터넷을 통해 실현(realization)된 것처럼 보인다. 이때, 그로이스가 주목하는 인터넷상의 예술 재현(representation)은 바로 “예술 다큐멘테이션(documenta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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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이스는 우리의 아카이브가 역사적으로 구조화되었지만, 이 아카이브에 대한 사용이 여전히 19세기의 역사주의의 전통에 머물러있다고 지적한다. 즉, 예술가들이 탈출하고자 했던 역사적인 맥락에 그들을 사후적으로 다시 새겨 넣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로이스는 우리가 점점 더 비역사주의적인 접근에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제 우리는 과거로부터 개별적 현상의 역사적인 재맥락화보다는 탈맥락화와 재연(re-enactment)에 더 관심이 있다. 맥락 자체보다도 예술가들을 그들의 역사적인 맥락 밖으로 이끌어내는 유토피아적 열망에 더 흥미를 갖는 것이다. 그로이스는 인터넷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잘라내고 붙여넣는(cut-and-paste) 작업을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하는데, 이를 통해 아카이브에 내재되어있는 유토피아적 잠재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