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연구란 무엇인가

정경영

📝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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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소리의 의미가 사회, 문화적 맥락 안에서 구성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소리풍경을 이러한 맥락 안에서 재청취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우리의 소리풍경은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어쩌면 적극적으로 그 의미와 가치를 수행해 나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시 간단한 예를 들자면, 젠더화된 소리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리연구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로 표현하자면 ‘소리적 상상력sonic imagination’을 발휘하여 우리 주변의 소리를 ‘두껍게deep’ 들어보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소리 속에서 우리 사회의 젠더화된 면모들이 들린다.

비행기를 탔는데 환영인사와 비행여정을 소개하는 목소리가 여성의 목소리라거나 혹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안내 목소리가 남성의 목소리인 경우를 상상해 보자. 이런 경우 조금이라도 당황했다면, 아마도 이미 소리에 부여된 우리 사회의 젠더 관습에 익숙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내비게이션의 초기 설정 목소리가, 전기밥솥, 정수기 같은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안내 목소리가 모두 표준어를 사용하는-젊은-여성의 목소리인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면, 그 역시 소리가 이미 우리 사회, 문화 안에서 젠더화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게 소리연구는 소리 안에서 사회, 문화의 관습과 편견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