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 사라진 미래의 신봉자들

Notes

📝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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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피셔와 사이먼 레이놀즈로 대표되는 영국 비평가들의 브릿팝에 대한 인식을 요약한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이다: 60~70년대 기타 음악의 혼성 모방(pastiche)이자, 록이 흑인 음악으로부터 받아온 모든 영향을 지운 반동적 판토마임[2]. 당대의 기술력과 문화 다원주의, 장르 혁신으로부터의 도피처[3], 정작 레이브로 점철된 당시의 실제 프롤레타리아 여가문화와는 동떨어진, 물화된 영국 노동계급 문화[4]. 이는 이들의 모더니스트적 성향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논평으로,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베라르디가 『After The Future』에서 처음 제창하고, 피셔가 구체화한 "미래의 점진적 소멸"의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 이는 프레드릭 제임슨이 제창한 "향수 양식"에서 출발하는데, 향수 양식이란 심리학적 향수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과거의 기법과 공식에 끊임없이 연연한 결과이자, 당대의 경험에 맞는 문화적 형태를 개발하는 모더니즘적 과제로부터의 회피의 결과로, 텍스처의 불일치를 유발해 현재에도 과거에도 속하지 않고, 대신 '영원한 60년대', '영원한 80년대' 같은 시간 바깥의 영역을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피셔는 제임슨이 우려한 향수 모드와 혼성 모방이 범람하는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분석하기 위해 1980년대의 외상적인 주요 정치 변동들, 신자유주의, 포스트포드주의의 부상과 포스트모던 문화의 득세를 연관 지으며, 상기한 비포적 개념의 미래가 점진적으로 취소되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