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디자이너가 해방되려면 온 세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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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Added24 April 2025, 11:04
‘트러블메이커스’ 워크숍 소개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트러블메이커스는 디자인이 전지전능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디자인이 그 자체로 다양한 억압의 시스템에 부역하며 구조적 불평등을 강화한다는 공통의 이해 아래 모였다.” 그곳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새로이 열어 준 세계는 완전히 달랐다. 그곳에서 ‘자연스러움’은 비판받았고, 쓰임은 주요한 주제로 떠올랐다. ‘공예’라 치부되며 디자인의 자리에서 밀려났지만 생활에서 착실히 쓰이고 더럽혀지고 닳고 해지고 마는 여성들의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용자를 위한다고 하면서도 결국 대량 소비를 부추겨 구조적으로 사용자를 배반하는 자본주의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전문성을 앞세워 협력자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제국주의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할 때 나는 계속 부끄러워졌다. 이 모든 이야기의 결말은 비슷했다. “우리가 모르는 세상으로 나아가자. 그곳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디자이너로서 정치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