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이론 스터디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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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Added10 September 2022, 16:09
순수하고 반짝이는 호기심을 회복하기
이석주 지음
<1주차: 가부장제가 만든 디자인>에서는 사회를 작동하게 하는 권력구조를 읽지 않고 ‘위대한 개인의 업적’으로 작품을 읽는 것이 해당 작품을 만드는데 일조한 많은 노동력을 어떻게 지우는지, 특히나 디자인의 역사를 디자인으로 보는게 아니라 ‘디자이너’의 역사로 축소해 바라보고 ‘디자이너가 인식하는대로’ 디자인의 역사가 정해진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테다. 여전히 스타 디자이너로 언급되는 사람들은 남성이고, 가부장제의 작동원리 아래 그들의 업적을 기반으로 지어진 구조는 필연적으로 여성의 디자인과 노동을 폄훼하고 지운다.
<2주차: 백인우월주의가 만든 디자인> 에서는 특히 개인이 느꼈던 위화감이 얼마나 권력구조와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한 사람의 삶에서 어떻게 치밀하게 작동하는지 언급하고 있었다. 디자인을 배우는 흑인 학생들이 자신이 살아온 문화와 정체성을 버리고 성공하기 위해서 서구열강사회, 유럽백인사회의 디자인을 습득하기를 강요받는다는 내용, 권력구조안에 들어가고 인정받고 자격을 갖추기 위해 넘어야할 무수한 장애물들, 그 과정에서 개인이 겪는 심리적 압박감. 이것이 나 개인의 문제인지 구조의 문제인지 혼란스럽게 만들고 입을 닫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까지. 문화가 전혀 다른데도 불구하고 겪고 있는 문제점이 정말 닮아 있었다.
<3주차: 자본주의가 만든 디자인>은 발전과 혁신이라며 더 많이, 더 고도화된 기술과 서비스(라고 믿는)를 제공하는 자본주의의 뒷편을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 기후위기에 대한 담론과 함께 엿볼 수 있었다. 인아님이 슬랙에 올려준 ‘질보다는 양, 성장은 더 커지는 것이라고 믿는 태도’가 우리에게 어떤 그림자를 지게 하고 무엇을 ‘절단’하게 하는지, 그리고 ‘성장’이라고 믿는 것 아래에 어떤 생명이 깔리게 되는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4주차: 제국주의가 만든 디자인>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식민주의적 태도가 얼마나 뿌리깊게 작동하는지 다시금 돌이키게 해줬다. 서구열강사회의 제국주의적 태도를 읽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권력구조가 똑같은 방식으로 국내에서도, 국내 디자인 씬에서도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세련되고 멋진 디자인으로 추잡하고 촌스러운 이미지를 ‘해결’하겠다는 디자이너의 우월감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일이 얼마나 제국주의의 그것과 닮았는지 깨닫게 되었으며, 다시금 시각 언어에는 배경과 맥락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느꼈다.
동시대 — 동아시안 — 여성 그리고 디자인 식민주의
유채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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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나는 ‘서구의 모더니즘’과 ‘구멍을 메꾸려는 시도 — (기형적일지라도) 전통을 찾아가려 시도하려는 태도’를 동시에 학습하게 되었다. 예컨대 나는 모더니즘 디자인을 배우며 탈식민주의 담론 또한 지지해, 식민주의, 옥시덴탈리즘을 배척하며 그의 반동 효과로 한국적인 것을 탐구하지만 그것이 오리엔탈리즘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김현진이 말했듯, “식민 출신 아시아인은 왜 서양의 근대성과 아시아 오리엔탈리즘을 경유해 전통을 재발견하고야 마는 것일까?”라는 걱정이 드는 것도 잠시, 내가 하는 그 걱정이 제국주의가 내 안에 내재되어 있어 그런 것이 아닐까를 걱정하는 나 자신을 보며 나 : 현대—동아시안—여성은 사실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띤 경계성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