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는 동사다

안영주
Notes

[내용 발췌]
나아가 크래프티비즘은 1980년대 성장한 DIY(Do It Yourself) 공예와 직접적 관련을 맺고 있다. DIY는 그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스로 행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안에는 많은 전복적 자질이 함축되어 있다. 이는 우선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분을 깨뜨리며, 전문가의 전문 지식이 가진 고유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행할 수 있는 일반인들의 능력을 촉진한다. 또한 DIY는 대중 소비주의와 문화의 동질화에 대한 정치적 저항이라 할 수 있는데, 북미와 유럽에서는 일찍이 DIY 문화가 취미나 미적인 측면과 아울러 다국적 기업에 대항하는 사회, 정치적 이념이 되어 왔으며, 이러한 DIY 운동은 대량 생산에 의존하는 현대 산업 사회에 대한 저항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DIY의 이러한 전복적 자질을 우리는 ‘DIY 윤리(DIY-ethic)’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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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이래 대량 생산 시스템이 야기한 소비와 환경 파괴 문제는 이제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핵심 사안이 되었으며, 그러한 상황에서 공예는 적정 기술과 환경친화적 매체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크래프티비즘 활동가들은 이러한 의제를 창의적 작업으로 시각화해 대중들에게 알리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 오늘날 공예는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한 작업 중 하나가 마거릿 워트하임(Margaret Wertheim)과 크리스틴 워트하임(Christine Wertheim)이 주도한 〈크로셰 산호초(Crochet Coral Reef)〉이다. 이 프로젝트는 산호초가 열사병으로 죽어 가는 작금의 기후 변화에 대한 공예적 항변이며, 인류세 문제를 한 땀 한 땀 성찰하는 수행적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수십억 개의 작은 산호 폴립들이 모여 살아 있는 산호초를 만드는 것처럼, 이 작품 또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협력하여 만들어졌는데, 실제 산호초를 시뮬레이션하여 휘어지고 말려 있는 산호초의 형태를 코바늘 뜨개질로 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