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명품을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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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Added9 May 2013, 21:05
[내용 발췌]
(01)
『유한계급론』은 유한계급에 대한 단순한 풍자를 넘어 사물들의 경제학 자체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물건의 미학적 가치가 그것의 명백한 쓸모없음과 정비례해서 어떻게 증가하는지 들춰낸다. 베블런이 설명했듯이 과시적 낭비는 단순히 장식적인 사물일수록 미학적 가치가 높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베블런이 설명하는 미에서는 기술적 숙련도와 노동에 대한 시각 또한 중요하다.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오스트리아 건축가 아돌프 로스가 「장식과 범죄」(Ornament und Verbrechen)에서 말한 것과 달리, 베블런은 건축에서 장식을 없애는 것이 반드시 낭비의 감소를 뜻하지 않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현대건축의 기계 미학은 장식의 제거뿐 아니라 제거한 증거까지 없앨 것을 필수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장식의 부재를 위해 필요한 노동이 장식하는 것 자체보다 더욱 과도할 수 있음을 베블런은 알고 있었다.
(02)
이러한 측면에서 베블런의 이론은 유용하다. 그는 유용한 사물이 되는 데 실패한 정도만큼 미술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과시적 낭비의 법칙에 따르면 아름다움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유용성의 결핍이다. 인간으로 치면 이는 모든 생산적인 노동을 회피함을 뜻하고, 사물에게는 무용함에 대한 금전적 차별성을 제외한 모든 유용한 측면을 제거함을 뜻한다. 누군가 의미 없는 노력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부을수록, 그 노력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또한 의미 없는 노력을 생산하고, 존중하며, 소유한 사람들의 금전적 평판은 더욱 높아진다.